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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veler (여행자)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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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시간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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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ysage (풍경)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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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ysage (풍경)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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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기억들...
수많은 장난감 포크레인과 불도저들을 모아 작동시켜 놓은 <풍경>은 키네틱(kinetic) 오브제들과 감시카메라 그리고 비디오 영사기,
조명 등을 동시에 사용한다는 점에서 앞서의 <달빛 소나타>와 연결되는 작품이다. 퍼포먼스를 통한 현재적 진행이 기계적 과정으로
대치되는 것도 연속성을 띠고 있다. 이 작품은 카메라와 영사기의 개수를 늘리면서 극적 공간을 증식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편재성이
강조되어 있다. 장 팅겔리(Jean Tinguely)를 연상시키는 그림자 놀이와 실시간 비디오 영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그 위에 모터들의
소음이 증폭되어 있어 원근이 서로 다른 계열에 따라 병치되어 있는 것도 앞서의 작품에서 사용한 증감효과를 그대로 이어나가고 있다. 이 작품은
<카오스>와 함께 전시되는 것으로 다소 형이상학적인 ‘달’의 풍경과 대구(對句)를 이루면서 지상의 풍경을 보여준다. 이 설치작업
전체는 <여행자>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데 아마도 이것은 퍼포먼스 작가로서 미술을 늦게 시작한 이경호에게 있어 처음으로 자신이 창작과의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느끼기 시작하던 시기와 연관되지 않을까 한다. 현재가 떠올리는 복합적인 관념들과 지상의 풍경, 여행자가 경험하는 끊임없는
풍경의 경과 등이 이 총체극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카메라의 위치를 아주 낮은 곳에 위치시킴으로써 피사체를 증폭시키면서
동시에 기록된 이미지를 역시 낮게 위치한 비디오 영사기를 통해 벽에 투영하는데, 이때 비디오 영사기는 이미지를 투영함과 동시에 또 다시 피사체의
그림자를 생성시키는 조명장치, 즉 광원으로 기능한다. 대상의 이미지와 그것의 그림자를 동시에 생성시키는 장치로 비디오 영사기를 사용하는 것은
앞서 <카오스>에서 비디오의 자기지시적 메커니즘에 의해 생성되었던 피드백 이미지와 유비를 이룬다. 여기서도 두 개의 영상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생성되는 동일한 현재의 두 가지 양상이다. 움직이는 포크레인의 그림자와 영상들이 무수히 겹쳐지는 벽면의 혼란스러운 소요(騷擾)로
인해 관객들은 현재의 흐름과 그것의 차이들을 그냥 지나쳐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맞은편에 투영되어 있는 ‘달’은 본래의 개념적 착안점들이
어디에 있는지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약간의 유머를 보탠, 이 풍경들 위를 날아다니는 우주소년 아톰을 보고 있노라면 ‘원자’라는 이름의 이
캐릭터가 전체의 풍경에 부여하는 미분적 차이의 스케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비트’가 아니라 아톰인 것도 말이다.
이경호의
퍼포먼서(performancer)로서의 배경은 간혹 그의 작품에 있어 몇 가지를 놓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표현적인 작업방식이라거나 단순한
오브제의 차용, 소음 등은 그의 작품을 격정적이고 감성적인 내용으로 이해하게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살펴본 일련의 작품들의
전개과정 속에는 현재성, 이항, 차이 혹은 차연(差延), 유비, 각성적 순간 등의 관념들이 순차적으로 정돈되어 드러나고 있다. 특히 비디오
장치를 이들 개념들의 의미관계 속에서 재배치하는 과정은 눈여겨 볼만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가 스스로 밝히고 있는 에피소드
속에서 백남준을 거론하는 부분도 흥미롭게 거론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비디오가 아니라 퍼포먼스라는 영역에서 백남준을 동경했다는 고백은
그의 작품들을 이해하는데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백남준을 알기전 처음으로 학생 시절에 그가 한 작업은 그가 아끼던 기타를 물감으로 채워놓고
부수는, 플룩서스 퍼포먼스에 가까운 것이었다. 퍼포먼스가 집약하는 현재적 순간들의 부각과 그것을 위한 극적 공간은 그의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가 백남준에게 바치는 헌정인 <백남준 선생을 기리며>, 즉 런닝 머신 위에서 끝없이 끌려가는
바이올린은 그가 자신의 스타일로 해석한 흥미로운 백남준에 대한 기억으로서, 한동안 감상할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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